한국뉴로다이버시티협회(이하 KNDA)에서는 신체, 정신장애인 및 경계선지능인 등 신경다양인의 취업 사례와 근무 현황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장애인 근로자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 나아가 기업체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본 인터뷰가 우리 사회의 신경다양성/장애/비장애의 경계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인터뷰이로 P기업 HR팀의 김OO 대리님을 모셨습니다. 내내 밝은 표정으로 임해주신 김 대리님과의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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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K: 안녕하세요. 먼저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김 대리: 네, 안녕하세요. 저는 POOOOO HR팀 김OO 대리입니다. 현재 나이는 38세이고 입사 2년 차입니다.
에디터B: 장애를 가지게 된 배경과 본인이 가진 장애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 대리: 저는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신체적 결함으로 10살까지 여러 번의 수술을 받으며 병원에서 지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안면/시각 복합장애 진단을 받았어요. 그 이후에는 별 탈 없이 일상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30대 초반에 시력이 온전한 나머지 한쪽 눈마저 망막박리와 녹내장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왼쪽 시야결손으로 인한 저시력, 작은 소리는 알아듣기 어려운 청력 이상, 안면 인식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에디터K: 현재 근무 중인 기업에 입사하게 된 계기나, 취업 혹은 이직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 대리: 전 직장에서 교육 연수생으로 취업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 직장에서 장애인 채용/교육사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던 중이어서 면접 기회가 오게 되었고, 저시력이지만 업무에 불편함이 없다는 점과 긍정적인 인상, 사무경력으로 어필했습니다. 외국계 기업이어서 처음에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장애인 사업팀이 따로 있어 잘 배려받으면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기업에서 근무한 적도 있는데, 장애 인식이 기대보다 떨어져서 힘들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면접 때 직접 장애인 직원에 대한 배려에 관해 물어보기도 했고, 할당량을 채우는 식의 단순 반복 업무만 주어지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장애인 직원 1기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에디터K: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그 업무에 대한 느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 대리: 저는 입사 1년 차에 다양한 이력서를 자사 양식으로 바꾸는 포맷팅 업무를 했습니다. 단순한 일이지만 제가 만든 이력서가 고객사에 전달되고 후보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과 꼼꼼함으로 임하였습니다. 그 결과, 동료 직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며 더욱 다양한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대리로 승진하여 HR팀 Admin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전반적인 관리와 직원들의 편의를 담당하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게 되고, 저희 회사의 전반의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에디터B: 그러면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궁금합니다.
김 대리: 먼저 제 업무의 장점은 HR팀으로서 전 직원과 소통이 가능하며, 회사 전반의 일들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사무실 청결이나 편의를 도와주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또 그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보람을 느낍니다. 다만 시야결손과 약간의 청력 이상으로 인해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에서 세세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옆에 누가 왔는데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고, 또 안면 인식 장애 때문에 직원들의 얼굴이랑 이름이 매치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메신저를 주로 이용하고 직접적인 소통은 적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식사 제안을 하고 얼굴을 익히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에디터K: 기업으로부터 별도로 지원받는 사항이 있나요?
김 대리: HR팀 업무 특성상 직접 출근해야 해서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등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주변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때, 시야 때문에 가끔 보행에 보조를 받을 때 등 소통이나 업무적으로 많이 배려받으면서 일하고 있어요. 그럴 때 직원들이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시면 감사하면서도 조금 속상한 마음이 들지만…. ‘작은 일이라도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에디터K: 원활한 업무를 위해 현 직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 대리: 지금은 스마트폰의 확대 기능, 서면으로 된 문서를 쉽게 보기 위한 스캔 기능, 눈이 편한 다크모드 등을 사용하고 있어 아직은 별다른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진행성 질병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앞으로 보조 기구가 더 추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직원들끼리 대화하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장애인의 날에는 저를 포함한 사내 장애인 직원들과 할 수 있는 행사가 다양할 것 같습니다.
에디터B: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나 앞으로의 계획, 포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 대리: 서면을 통한 업무가 적은 IT 관련 분야로 커리어 개발에 대해 고민하며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HR 업무 확장으로 IT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며 영어 공부도 계속 하고 있어요. ‘장애’가 아닌 제 스스로의 능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끈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에디터K: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김 대리: 저 역시 선천적/후천적 장애로 삶이 극변한 편이었고 장애에 대해 이해하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요 몇 년간 장애인과 밀접한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확실히 10년 전에 비해 인식개선이 되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인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비관적인 잣대로 장애인들이 존중받지 못할 때도 있을 겁니다. 같은 장애인이어도 서로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제 장애에 대해 많이 오픈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상대방에 명확하게 인식시켜야 업무 효율과 대인 관계에 불편함이 없더라고요.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이해받길 원한다면 스스로에 대해 많이 알고 또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한계 때문에 비관하며 많은 기회를 놓쳤던 적이 있던 만큼, ‘하지 못함’의 아쉬움보단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며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독자분들에게도 제 이야기가 조금의 도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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