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32)씨는 경계선지능인이다. 지난 6월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IT 회사에 인턴으로 출근한 이후 5주간 매일 ‘업무 일지’를 썼다. 종이에 손글씨로 한 번, 노트북에 한글 파일로 한 번 더 썼다. 업무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곳은 AR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였어요. 저는 보통 사람들보다 이해하는 게 느려서 같은 속도로 업무를 하려면 두 번씩 적으면서 복습을 해야 합니다.”
경계선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인지능력과 사회성이 부족해 학습이나 업무에 어려움을 겪지만, 지적장애는 해당하지 않아 그동안 법적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지영씨는 “장애인은 아니지만 분명 다른 사람들과 어딘가 다른 것 같았다”며 “일을 배우는 속도가 느려서 사무직 취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턴 생활은 지영씨에게 전환점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에 익숙해졌고, 직접 낸 몇 가지 아이디어는 “충분히 상용화할 만하다”고 칭찬도 받았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