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표준국어대사전
배려와 합리적 배려
장애인이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업무 외적인 배려가 동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나 일정 또는 환경적인 요소의 조정을 통해 장애인이 갖고 있는 최대한의 업무 능력을 끌어낼 수 있다.
이를 합리적 배려(Reasonable Accommodation)라고 한다. 합리적 배려란 장애인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누리거나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특정 사례에서 필요한 경우, 불균형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지 않는 필수적이고 적절한 수정 및 조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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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편의제공 의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제11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①사용자는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개정 2016. 2. 3.>
1. 시설ㆍ장비의 설치 또는 개조
2. 재활, 기능평가, 치료 등을 위한 근무시간의 변경 또는 조정
3. 훈련 제공 또는 훈련에 있어 편의 제공
4. 지도 매뉴얼 또는 참고자료의 변경
5. 시험 또는 평가과정의 개선
6. 화면낭독ㆍ확대 프로그램, 무지점자단말기, 확대 독서기,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등 장애인보조기구의 설치ㆍ운영과 낭독자, 한국수어 통역자 등의 보조인 배치
②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직무에 배치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사용자가 제1항에 따라 제공하여야 할 정당한 편의의 구체적 내용 및 적용대상 사업장의 단계적 범위 등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러한 합리적 배려는 근무 시에 장애인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에 꼭 필요하다. 특히 장애인 본인 또는 가까운 보호자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상세하게 논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애가 나타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같은 장애 유형이라고 해도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같은 증상이라고 해도 그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심지어는 주 보호자조차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전부 알고 있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 사항을 상의하고 조정하는 과정은 원활한 업무 진행을 가능케 하고 장애인과 기업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배려의 의미 재고
필자 역시 후천적으로 뇌병변장애를 얻었다. 감사하게도 현재는 적절한 배려를 받아 직장을 수월하게 다닐 수 있었다. 근무시간 단축과 시간 변경 및 조정 그리고 부분적 재택근무 등 필자 개인 특성에 맞는 지원이 동반되었고, 이는 충분한 사전 협의와 이해가 있어 가능했다. 또한,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서로 맞춰가는 과정도 있었다.
생활에서 마주하는 개인적이고 간단한 예시가 있다. 필자는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어 여러 면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지만, 특히 불안정한 균형감각이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평지에서는 보행이 가능하나, 평탄하지 않은 땅이나 비탈길에서는 주의가 필요하고 계단을 다닐 때는 난간과 그랩바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평지에서 보행할 때에도 적당한 속도, 일정한 방향이 아니라면 균형을 잡는 데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너무 느리게 걸으면 관성에 따라 이동하는 무게중심을 몸이 따라가지 못해 균형을 바로잡을 시간이 별도로 필요하고, 너무 빠른 걸음은 신경과 근육을 조절하기 힘들어 거의 불가능하다. 이는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장애인과 같이 걸을 때, 느리게 걸어주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한다. 너무 느리게 걷는 것도 불편하다는 사실을 비장애인으로서는 당연히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에 필자는 항상 친절하게 보통 속도로 걸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제야 안심하게 되고, 비로소 양쪽 모두 편안해진다.
이처럼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적합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 아닐까? 장애인 당사자에게 그리 필요하지도 않은 지원을 해주고 배려를 했다며 자신을 합리화한다면, 배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장애인에게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배려를 해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내가 생각하는 배려가 타인에게는 배려가 아닐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배려가 어떤 장애인에게는 배려가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적 배려는 끊임없는 의사소통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