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일은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소득을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고 개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일은 언제나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문이 닫히곤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용의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일의 지속성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청년기에는 비교적 다양한 고용 진입 경로가 존재합니다. 특수학교 졸업 이후 직업재활시설이나 일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장애인 고용 의무제를 통해 채용의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의 질이나 안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입직 이후 근속기간이 길지 않으며, 경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일자리는 있으나 경로가 단절되고, 이직 후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드문 편입니다.
중장년기에 접어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고용 형태가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고, 건강 상태나 가족의 돌봄 책임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근무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직장에서의 전환 기회나 재직 중 훈련 프로그램 참여는 제한적이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재취업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비장애인 중장년층도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이기 쉽지만, 장애인은 이중의 제약을 경험하게 됩니다.
노년기는 또 다른 변화를 동반합니다. 퇴직 이후에도 일하고자 하는 장애인이 적지 않지만, 이들에게 열려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단순노무형 공공일자리 외에는 선택지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고, 장애인 연금만으로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고용의 끝자락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러한 현실은 일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이에 따라 생애주기별 장애인 고용 접근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청년기에는 단기적 일자리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경력 형성과 발전 가능성을 고려한 일자리 설계가 필요합니다. 중장년기에는 고용 유지와 직무 전환을 위한 지원, 그리고 재직자 중심의 훈련 접근이 중요해집니다. 노년기에는 기존 복지와 고용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다양한 형태의 사회참여형 일자리를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고용을 둘러싼 논의는 언제나 ‘시작’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입직의 문턱을 넘는 일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이 주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고용은 한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전체에 걸쳐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일은 중단될 수 있지만, 삶은 계속되며, 그 삶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일의 연결이 끊기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 고용은 시작만큼 끝도 중요합니다. 그들이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가에 따라 삶의 존엄이 결정됩니다. 일은 그 자체로 목적이기보다, 나이 들며 사회와 맺는 관계의 한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나이 들 수 있는 일자리, 그 가능성을 향한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