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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을 다시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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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사회의 노력은 분명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고용률 제고를 위한 각종 제도와 인센티브, 채용 연계 직업훈련, 일자리 박람회 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장애인의 일자리가 질적으로도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우리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접근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일자리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장애인의 안정적인 고용과 경력 발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누구에게 어떤 일을 맡길 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일자리의 양보다 구조가 중요합니다


  많은 경우,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 단순 노동직 등의 정형화된 직무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초기에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사자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고, 업무 만족도 저하와 직무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애인은 누구나 고유한 역량과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적합한 업무 유형과 수행 방식이 다릅니다. 그러나 현재의 일자리 구조는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률적인 직무 설계가 오히려 고용 유지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직무 디자인이란


  직무 디자인은 특정 직무를 개인의 특성과 역량에 맞게 구조화하고 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단순히 기존의 일자리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맞는 일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 정해진 규칙과 반복 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경우, 시각적으로 명확한 절차 안내와 작업 분할이 적용된 직무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문서 정리, 도서 분류, 부품 패킹 등의 업무는 이를 반영한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시각 기반의 의사소통 체계를 포함한 직무 설계가 효과적입니다. 메신저 기반 보고 체계나 시각화된 일정관리 도구가 이러한 직무 디자인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원격근무 기반의 콘텐츠 기획, 문서 작성, 자료 조사 등의 직무가 보다 적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업무 성과를 정량화할 수 있도록 과업을 세분화하고 온라인 협업 도구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직무 디자인이 필요한가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일자리 문제를 오랫동안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소극적인 역할만을 부여하는 일자리는 결국 당사자에게는 경력 단절을, 기업에게는 인적 자원의 낮은 활용도를 의미하게 됩니다.

  특히 다양한 기술 도구와 협업 방식이 등장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장애인의 고용을 단지 할당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의 설계와 사람 중심 구조 개편의 기회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직무 디자인은 장애인의 직무 적합성을 높이고 장기적 고용 유지를 유도하며 기업의 생산성과 조직문화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에게 맞는 일을 설계할 때


  장애인의 고용 문제는 이제 ‘일자리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그 일자리가 누구에게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직무 디자인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일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의 고용이 의미 있는 사회 참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설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일자리 창출의 시대를 넘어, 직무의 질과 구조를 설계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장애인 고용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