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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를 여는 연대, 뉴로다이버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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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이란 무엇인가


신경다양성은 ADHD, 자폐스펙트럼, 학습장애 등을 개인의 결함으로 보지 않고, 뇌신경학적 측면에서 하나의 다양성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사람마다 신체적 발달의 차이가 있듯, 신경 발달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수용하고 존중하여야 한다는 운동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이 용어는 1990년대부터 쓰이던 Neurotypical (신경전형적) 이라는 개념에서 나뉘어,‘자폐스펙트럼의 독립생활’이라는 메일링 포스트에서 생겨났으며, 신경다양성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주디 싱어와 하비 블룸 등은 신경다양성 개념을 의학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의 중간에 위치한 개념으로 정의했다.

기존에 존재했던 장애의 의학적 모델의 경우‘손상’이 장애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고, 따라서 이를 치료해야 하는 개념으로 보았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은 실제로 자신의 장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기보다,‘지니고 있고 앞으로도 지녀야 할 것’이라고 여기곤 했다. 이 간극에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가진 개인이 사회적인 장벽으로 인하여 불편을 겪는 상태 자체를 장애로 보고 있다. 예컨대 점자가 설치되지 않은 보도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이동에 불편함을 겪을 경우나 휠체어 탑승자를 고려하지 않은 대중교통 등의 경우처럼, 이들을 고려하지 않은 장벽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을 장애로 보는 것이다.

이 두 모델 사이에서, 신경다양성은 의학적으로 손상이 있음을 수용하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변화와 차이의 존중을 요구하는 개념으로서 확장되어 왔다. 처음 신경다양성 운동은 자폐인들에게서 시작되었고, 이후 다른 발달/심리적 증상을 보유한 사람들과 정신질환자에게도 퍼지게 되었다. 기존 우리 사회는 ADHD, 난독증,난산증,뚜렛 증후군과 양극성 장애 등을 겪는 사람들을‘장애’측면에서 접근해 치료나 교정의 목적으로 바라보고, 사회의 정상성으로 여겨지는 틀 안에 맞추려고 했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이들에게 오히려 특성에 맞는 개별적인 교육과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장벽을 허물어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실제적으로 느끼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경다양성에 관한 논쟁


신경다양성 운동은 이를 처음 시작한 자폐인들 사이에서도 논쟁이었고, 짧은 역사이니만큼 기존의 개념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흔히 신경다양성을 반대하는 입장은 이 개념 자체가 인지적 능력이 높은 당사자만을 위한 운동이며, 저인지 당사자를 배제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신경다양성은 저인지 당사자를 배제하는 운동이 아닌,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지만 법적으로‘장애인’기준에 미달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어느 지원도 받지 못하는 집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학적으로 명백한 질병을‘다양성’으로만 해석해 치료의 유용성을 부정한다는 비판 역시, 당사자가 의료서비스를 원하면 당연히 받을 수 있으며, 의료의 부적절함을 논하는 개념이 아닌‘장애’라는 명칭 아래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적 기준과 차별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확장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여는 연대인 이유


기존 장애담론으로는 경계선 지능인으로 대표되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란 어렵다. 신경다양성에 관한 논의는 지금까지의 신경다양성 운동이 그래왔듯, 앞으로 더 격렬하고 활발하게 전개되고 확대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신경다양성의 긍정적 기능을 예컨대 아스퍼거 증후군 당사자가 지니는 특성 중 하나인‘고도의 집중력’과 같은 뛰어난 능력만을 부각해 강조한다면, 뛰어나지 못한 또다른 당사자들을 배제할 수 있다는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신경다양성에 관한 논의는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고 우열을 가리기보다, 발현되는 능력을 인정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며, 생애주기에서 학업-취업-은퇴에 이르기까지 소외되지 않는 이들을 만들고자 하는 연대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 속 인적 자원의 다양성을 탐구하고 존중하려는 시대적 함의 안에서, 신경다양성은 시대를 여는 가능성을 지닌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뒷 모습 사진